오랜만에 블로그를 찾았다.
트위터에 단문들을 종종 올리긴 하지만
문닫은 지 제법 지난 이 블로그가 가끔씩 떠오를 때가 있다.
며칠 전에 새 다이어리를 구경하러 서점에 다녀왔는데,
50 퍼센트 할인하는 담색의 넷북 케이스 하나만 달랑 샀다.
아직 다이어리 살 때가 아닌 것 같다.
새빨간 표지에도 알게 모르게 얼룩덜룩 때가 낀 2011년 다이어리에
마무리 지을 목록들을 함 적어봤는데, 아직 좀 가쁘다.
이번 학기는 연신 학교 댕기기 싫어!! 하며 징징댔는데,
방학이 한 주 정도 남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.
할 것들이 수북하지만 그냥 피하고만 싶다.
난 분명 학생인데, 방학이니, 수업이니, 과제이니
이런 말들을 입에 올리기가 이상스럽게 좀 어색하다.
학교를 너무 오래 다닌 탓인 것 같다. 아무래도.
그리고 무엇보다 신혼이기 때문에
허허실실 몸도 마음도 여유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내내 간절했기 때문에.
지금도 적당히 퉁치며 놀고 있지만. ㅎㅎ
항상 요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터를 못잡고 방황했는데,
올해의 큰 수확이라면 가지치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.
내 맘이 원하는 것에 약간 확신이 생겼다는 것이다.
그리고 학교 수업을 계기로 '명작'들을 몇 편 읽었다는 것.
그 중 <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>과의 만남은 무척 특별하다.
<남아있는 나날>이나 <걸리버 여행기>도 신선한 자극.
며칠 전, 수십년 동안 광주에서 떡집을 해오신 어머님이 바리바리 한 짐을 실어 택배를 보내주셨는데
그 중 말린 감과 밤, 팥 등이 들어있는 찰떡이 일품이다.
무리해서 러그랑 히터도 사서, 앉은뱅이 책상을 내어놓아 또다른 공간 하나를 마련했다.
무얼로 보나 그럴만한 상황은 아닌데
마음은 참 편안하고 따뜻하고 그렇다.
아름다운 마무리가 내년을 위해 소중하다고 되뇌여야지.
허벅지 때리면서 엉덩이를 조금 붙이고 끄적여 봐야겠다.
